격렬비열도는 그간 영토 분쟁이나 기상 관측의 측면에서 주로 조명되어 왔으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이 섬이 지닌 고유한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이 섬을 단순한 ‘서쪽 끝점’ 이상의 의미로 바라보아야 할 이유는 지질학적 역사성과 어업 경제의 실질적 거점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 첫째, 격렬비열도는 한반도 해양 형성의 역사를 간직한 지질학적 박물관이다. 약 7,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격렬비열도는 제주도나 독도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탄생한 대한민국 최고(最古)의 화산섬이다. 이는 서해안 화산 활동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단순히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위섬이 아니라, 한반도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기록물로서 이 섬을 보존하고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 둘째, 이곳은 서해 어민들의 실질적인 ‘해상 대피소’이자 생존의 보루이다.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불릴 만큼 수산 자원이 풍부하여 수많은 어선이 집결하는 곳이다. 조업 중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나 엔진 고장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먼 육지까지 돌아가지 않고도 피신할 수 있는 유일한 중간 기착지가 바로 이곳이다. 격렬비열도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단순한 영토 수호를 넘어, 우리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민생 지원으로 이어진다.
- 셋째, 해양 영토의 ‘유인화(有人化)’를 통한 행정 서비스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동안 격렬비열도는 무인도로 방치되며 국가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등대원이 상주하고 관리 항만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가 대한민국 영토 최서단까지 뻗어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섬이 비어 있지 않고 사람이 머물며 관리될 때, 비로소 국가 주권은 관념적인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체감으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 우선 격렬비열도를 '해양 문화 자산'으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독도가 동해의 민족적 자긍심을 상징하듯, 격렬비열도 역시 서해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섬의 지형적 특성과 역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개발하고, 국민이 간접적으로나마 이 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 다음으로는 '디지털 영토 영유권'의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만큼, 온라인상에서 격렬비열도의 가치를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이곳이 대한민국 주권이 살아있는 영토임을 대내외에 각인시켜야 한다.
- 또한, 지속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책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항만 시설 확충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어민들이 안전하게 쉬고 연구자들이 지질학적 가치를 탐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국민의 관심이 이러한 예산 집행과 사업 추진의 명분이 될 때, 격렬비열도는 비로소 접근 불가능한 '외딴섬'에서 우리 곁의 '살아있는 영토'로 거듭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격렬비열도를 '생활 속의 영토'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독도가 그러했듯, 서해 끝단에도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점이 있음을 교육하고 기록하는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국제법상 영토 주권의 완성은 국가의 행정력뿐만 아니라 그 땅을 향한 국민의 확고한 인지로부터 비롯된다.
아름다운 우리의 격렬비열도에 많은 관심을 가집시다.